[예규·판례] 도박사이트 오간 9억 전부 과세?…국세청 “입금 경로 따져야”

진민경 기자 | 등록2026-09-08 17:19:12

당첨금은 과세…필요경비는 ‘적중한 게임 베팅금’만 인정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불법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계좌에 들어온 돈이라도 실제 도박 당첨금인지 확인되지 않은 금액까지 모두 기타소득으로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국세청 판단이 나왔다.

 

다만 도박으로 얻은 당첨금 자체는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필요경비 역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당첨된 게임에 실제 투입한 금액만 인정된다고 봤다.

 

국세청의 최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에 따르면 국세청은 납세자 A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 과세전적부심사에서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쟁점은 A씨 명의 계좌에 입금된 9억3910만원을 모두 불법 도박에 따른 기타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와 도박에 투입한 베팅금을 어느 범위까지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과세당국은 A씨가 근무하던 부산 소재 호텔에 대한 확인 과정에서 고객들이 A씨 명의 계좌로 숙박비를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A씨 계좌에 들어온 금액 가운데 9억3910만5744원이 불법 도박과 관련된 입금액으로 파악됐다.

 

과세당국은 해당 금액 전부를 사행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 이익으로 보고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2026년 2월 A씨에게 가산세 2억3701만원을 포함한 2019년 귀속 종합소득세 5억9534만원을 과세하겠다고 예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

 

A씨 측은 계좌 입금액 전부를 실제 도박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박사이트에서 환급받은 돈을 다시 계좌에 넣고 사이트에 충전해 재차 베팅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반복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계좌의 총입금액은 실제 경제적 이익이 아닌 단순 자금회전 규모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제 A씨 계좌의 2019년 총입금액과 총출금액은 각각 약 10억8100만원으로 비슷했고, 연간 잔액 증가액은 866원에 그쳤다.

 

A씨는 자신의 다른 은행 계좌에서 이체한 돈과 ATM을 통해 직접 넣은 현금도 과세당국이 도박소득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금액은 도박사이트에 다시 충전하기 위한 자금일 수는 있지만 사이트에서 받은 당첨금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A씨는 도박에 투입한 베팅금도 필요경비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출한 일부 게임 내역에는 배당률 1.95배인 게임에 129차례에 걸쳐 총 12억9000만원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6차례, 베팅금 8억6000만원 상당이 적중했고 당첨금은 16억7700만원이었다.

 

반면 과세당국은 A씨 계좌에 들어온 불법 도박 관련 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도박사이트에서 환급받은 돈을 다시 베팅했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도박은 별개의 거래이고, 당첨돼 환급받은 순간 재산상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필요경비 역시 과세기간 동안 투입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실제 당첨된 도박에 투입한 금액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은 양측 주장을 검토한 결과 A씨 계좌에 들어온 금액 전부를 기타소득으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A씨가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 자체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

 

소득세법은 사행행위에 참가해 얻은 재산상 이익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 행위가 적법한지 불법한지는 따로 고려하지 않는다.

 

국세청은 또 도박행위가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A씨가 개별 게임에서 결과를 적중해 수익을 얻었다면 그때마다 기타소득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당첨금을 다시 베팅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앞서 발생한 소득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A씨 계좌에 입금된 금액 가운데 A씨 본인의 다른 계좌에서 이체된 1억2059만4254원과 ATM을 통해 입금된 1억4685만5000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A씨가 이용한 도박사이트는 등록된 계좌를 통해서만 충전과 환급이 가능했고, 사이트에서 지급된 환급금 역시 등록 계좌로 직접 들어오는 구조였다.

 

이에 국세청은 다른 본인 명의 계좌에서 옮긴 돈이나 ATM으로 직접 입금한 현금은 도박을 위한 베팅 재원이 될 수는 있어도 도박사이트에서 지급한 환급금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두 금액을 합한 2억6744만9254원은 기타소득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이 당초 도박 관련 입금액으로 본 9억3910만5744원 가운데 기타소득으로 남는 금액은 6억7165만6490원이 됐다.

 

그러나 A씨가 주장한 전체 베팅금의 필요경비 인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세청은 도박 관련 기타소득에서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은 당첨되지 않은 게임까지 포함한 전체 베팅금이 아니라 실제 결과를 적중해 수익을 얻은 게임에 투입된 베팅금으로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제출한 자료상 당첨금은 16억7700만원, 해당 당첨금을 얻기 위해 적중한 게임에 투입한 베팅금은 8억6000만원이었다. 이를 뺀 금액은 8억1700만원으로, 타계좌·ATM 입금액을 제외한 기타소득 6억7165만원보다도 많았다.

 

이에 국세청은 추가로 베팅금을 필요경비에 반영해 소득금액을 더 낮춰야 한다는 A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산세를 감면해 달라는 주장도 기각됐다.

 

A씨는 도박 수익에 종합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뿐 조세포탈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세법을 알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한 것은 가산세를 면제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국세청은 당초 과세예고한 종합소득세 5억9534만원에 대해 A씨의 타계좌 입금액과 ATM 입금액을 기타소득에서 제외한 뒤 과세표준과 세액을 다시 산정하도록 일부채택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불법 도박과 관련된 계좌라고 하더라도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일률적으로 당첨금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금의 입금 경로와 도박사이트의 충전 및 환급 구조 등을 확인해 실제 도박으로 얻은 재산상 이익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아가 불법 도박에서 발생한 수익 자체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개별 도박에서 당첨돼 얻은 수익은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당첨금을 다시 베팅했더라도 이미 발생한 소득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손실을 본 게임까지 포함해 전체 베팅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도 아니다. 실제 당첨된 게임에서 그 당첨금을 얻기 위해 투입한 베팅금만 필요경비로 인정된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서 재확인됐다.

 

[참고 심사례: 적부-국세청-2026-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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