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부모에게 땅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상속세를 계산하려면 먼저 상속 당시 그 땅의 가치가 얼마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다면 주변 거래가격을 참고할 수 있지만, 거래가 드문 토지는 정확한 시장가격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세당국이 상속이 이뤄진 뒤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과거 상속 당시의 가격을 다시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대법원이 과세당국의 이른바 ‘사후 감정’을 둘러싼 유사 사건 두 건을 같은 날 판단했다. 국세청 분류상 한 사건은 ‘국패’, 다른 사건은 ‘일부국패’로 결과가 엇갈렸다.
국패로 분류된 대법원 2024두55402 사건(A사건)과 일부국패로 분류된 2024두61292 사건(B사건)이다.
두 판결의 결론을 가른 핵심은 ‘사후 감정’ 자체가 아니었다. 뒤늦게 감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가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감정가액이 실제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관건이었다.
◇ 상속 끝난 뒤 가격 매긴다고?…‘사후 감정’이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받은 재산을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당시의 ‘시가’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사망하면서 땅을 물려받았다면 몇 년 뒤 가격이 아니라 상속이 시작된 당시 얼마짜리 땅이었는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문제는 당시 거래가 없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다.
법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재산을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경우 감정가액의 평균액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말하는 ‘사후 감정’은 현재 가격으로 과거 상속세를 매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컨대 2020년에 상속받은 땅을 2021년 이후 감정하더라도 감정평가법인이 따지는 것은 “2020년 상속 당시 이 땅의 가격이 얼마였느냐”다. 감정은 나중에 하지만 가격의 기준시점은 과거인 셈이다.
통상적인 평가기간을 벗어난 감정가액도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지 등을 따져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해서 해당 감정가액이 곧바로 상속 당시 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과세당국이 상속 당시 시가를 확인하기 위해 뒤늦게 감정을 의뢰하는 것 자체는 허용된다고 봤다.
대신 상속 당시부터 실제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에 특별한 변동이 없었다는 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지의 분할·합병, 지목·형질 변경, 건축물 신축·철거, 용도지역 등 규제 변화와 지역환경 변화, 공시가격 변동폭,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A사건 ‘국패’…“감정평가서 작성 때까지 가격변동 따져야”
A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여기서 ‘국패’는 국세청의 소송 결과 분류다. 대법원이 상속세 부과처분 전부를 최종 취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쟁점은 감정가격을 어느 날 기준으로 산정했느냐뿐만 아니라 감정평가서가 실제 언제 작성됐느냐였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사가 2021년에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2020년 상속 당시 이 땅은 10억원이었다”고 평가했다고 하자.
대법원은 단순히 감정가격의 기준일이 상속개시일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당시 시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상속개시일부터 실제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특별한 변화가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심은 가격산정기준일이 상속개시일과 같다는 점 등에 무게를 뒀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감정평가서가 작성될 때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 과세당국이 이를 제대로 증명했는지를 다시 따져보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결국 “나중에 감정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산정한 감정가격을 과거의 시가라고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한지를 더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 B사건 ‘일부국패’…잘못된 감정가 대신 ‘정당한 시가’ 확인
B사건에서도 과세당국이 당초 사용한 감정가액은 문제가 됐다.
원심은 상속개시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당국이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A사건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다른 감정가액이 확인된 것이다.
원심은 감정평가법인들이 법원에 회신한 두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다고 보고, 그 평균액을 기준으로 정당한 상속세를 다시 계산했다.
가령 세무서가 상속세 1억원을 부과했는데 재판에서 인정된 감정가액으로 다시 계산한 정당한 세금이 7000만원이라고 해보자.
세무서가 처음 사용한 감정가액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세금 1억원이 모두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7000만원은 정당한 세액으로 남고 이를 초과한 3000만원만 취소되는 구조다.
B사건에서도 법원은 다시 계산한 정당세액 범위 안의 과세는 적법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만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이 사건을 ‘일부국패’로 분류했다.
◇ 같은 법리, 다른 결과…승패 가른 것은 ‘상속 당시 시가’
두 사건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원칙은 같다.
과세당국이 상속 이후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감정가액이 곧바로 상속 당시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해당 감정가액이 상속 당시 부동산의 객관적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A사건은 상속 당시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에 특별한 사정이 없었는지에 대한 심리가 부족해 다시 재판하게 됐다.
반면 B사건은 과세당국이 당초 적용한 감정가액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상속 당시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다른 감정가액이 확인됐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정당세액을 다시 계산해 초과 부분만 취소했다.
결국 비슷한 쟁점을 다룬 두 사건의 결과를 가른 것은 ‘사후 감정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상속 당시 시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했느냐’였다.
[참고 : 대법원-2024-두-55402, 대법원-2024-두-6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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