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대법 “새 임차인에 월세 3배 올려 계약 무산…권리금 회수 방해”

송기현 기자 | 등록2026-08-31 08:00:00

"감정으로 월세가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대법원이 '상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기존 월세의 3배가 넘는 차임을 요구해 22억원의 권리금 계약이 무산됐다면, 임대인의 요구가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차임이 ‘현저히 고액’인지 판단할 때는 주변 상가의 임대료뿐 아니라 기존 차임과의 격차, 상가의 적정 차임,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7월 16일 임대인 A 씨가 임차인 B 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2026다201337)과 B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2026다201338)에서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 씨가 A 씨에게 상가를 인도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됐다.

 

사실관계를 보면 임차인 B 씨는 2001년부터 임대인 A 씨 등이 소유한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했다. 2018년 보증금 1억원, 월차임 600만원에 재계약한 뒤 계약을 묵시적으로 갱신해 왔다.

 

A 씨는 2023년 4월 B 씨에게 월차임을 2,4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B 씨는 계약 종료를 앞두고 신규 임차 희망인 C 씨와 권리금 22억원에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 씨는 C 씨에게 보증금 5억 원과 월차임 2,000만원을 제시했다. C 씨는 차임이 과도하다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

 

A 씨와 B 씨의 임대차계약은 2023년 12월 31일 종료됐다. A 씨는 계약이 끝났으니 상가를 인도하라며 B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B 씨는 A 씨의 고액 임대료 요구로 권리금 회수 기회를 잃었다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호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에게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의 차임 및 보증금 등에 비춰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 씨가 B 씨에게 필요비 4,400만 원을 지급하는 것과 동시에 B 씨가 상가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필요비는 임차 목적물을 보존하는 데 지출한 비용이다. 다만 B 씨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항소심은 B 씨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필요비상환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보고 필요비 청구도 기각했다. 상가 인도 청구는 받아들였다.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A 씨가 요구한 차임과 보증금이 주변 시세에 비춰 현저히 고액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차임만 비교하더라도 기존 차임의 약 333%에 달하고 환산보증금은 기존의 약 357%에 달한다"며 "이 정도의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는 현저히 고액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짚었다.

 

또 "적정한 차임 및 보증금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한 후 그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고액 여부는 상가 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 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외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 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 관행과 경제 상황 등도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B 씨는 3배 이상의 차임을 요구했을 뿐, 별다른 협상 여지를 두지 않아 A 씨 또는 C 씨에게 상가 임대차계약 체결을 단념하도록 했다"며 "이는 임차인이 영업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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