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행정법원이 '택배 영업점과 맺은 운송계약서에 이름이 없더라도 계약 전부터 2인 1조 근무가 예정돼 있었고, 영업점이 이를 알면서 같은 교육을 한 데다 실제 배송 업무까지 수행했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호성호 부장판사)는 택배 배송 중 쓰러져 숨진 A 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소송(2025구합55839)에서 7월 1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실관계를 보면 택배회사 영업점이 낸 채용공고에는 차량 한 대로 부부·지인·친구가 2인 1조로 일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A 씨와 지인 B 씨는 공고를 보고 함께 일하기로 한 뒤 수익 배분과 유류비·보험료 등 비용 부담, 업무 분담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B 씨는 영업점과 화물운송계약을 맺기 전 영업점에 지인과 동반 근무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영업점은 두 사람에게 같은 택배기사 사전교육을 했다.
A 씨는 B 씨와 2인 1조로 택배 물품을 배송했는데, A 씨는 배송지에서 화물을 내리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A 씨는 배송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숨졌다.
A 씨의 부모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A 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A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공단은 두 사람이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A 씨가 택배서비스종사자나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가 산재보험법상 보호 대상인 ‘택배 서비스 종사자’로서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업점과 운송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B 씨지만, B 씨가 계약 체결 당시부터 A 씨와 2인 1조로 택배 업무를 할 것이 예정돼 있었고 영업점 역시 그 사정을 인지한 상태에서 A 씨를 B 씨와 대등한 운송 계약의 당사자로 취급했다”며 “A 씨가 운송 계약상의 명의자로 표시되진 않았지만 생활물류서비스법상 택배 서비스 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했다.
배송 업무 시작 전 동일한 사전 교육을 받았고, A 씨가 실제 배송 업무 수행 과정에서 화물 배송 업무의 핵심적인 부분인 화물 하차 업무를 담당한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A 씨가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아 택배 서비스 종사자로 볼 수 없단 공단 쪽 주장에 대해서도 “산재보험법의 노무제공자 규정은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업무의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화물자동차 운송 사업 허가 여부 위 규정에 의한 보호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본질적인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배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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