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지분 100%→1.99% 줄었는데…‘관세 폭탄’ 떠안은 대표이사

신경철 기자 | 등록2026-08-26 11:35:28

수입 당시 지분 100%…회생계획 인가 뒤 1.99% 선순위 근저당에 공장 매각해도 체납액 충당 부족 예상 조세심판원 “경매 종료 전이라도 제2차 납세의무 지정 정당”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한 육류 수입업체의 대표이자 지분 100%를 보유했던 주주가 회생계획 인가 뒤 지분율이 1.99%로 줄었다. 그런데 세관은 그에게 회사가 내지 못한 관세를 대신 내라고 통지했다. 회사 공장도 압류돼 경매가 진행 중이었지만, 세관의 다음 징수 대상은 주주의 개인계좌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 육류 수입업체는 2020년 2월 7일부터 11월 27일까지 해외 정육업체로부터 닭발을 들여오며 총 42건의 수입신고를 했다. 당시 청구인은 회사 대표이사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주주였다.

 

회사는 같은 달에 납부기한이 돌아오는 관세를 월말까지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월별납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정해진 기한까지 관세를 내지 못했고, 세관은 2021년 1월 회사가 소유한 대구 소재 공장 토지와 건물을 압류했다.

 

같은 해 9월 법원이 회사의 회생계획을 인가하면서 청구인의 지분율은 100%에서 1.99%로 줄었다. 앞서 공장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채권자 중 한 명이 2025년 3월 임의경매를 신청하자 세관도 법원에 체납 관세를 배당해 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세관은 공장을 팔더라도 체납액을 모두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5년 5월 청구인을 회사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세액을 납부하도록 통지했다. 청구인이 기한까지 세금을 내지 않자 같은 해 7월 개인계좌 2개를 압류해 예금을 추심했다. 청구인은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과 납부고지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법인이 관세를 체납했다고 해서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에게 곧바로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인 재산으로 체납액을 충당하고도 부족해야 한다. 또 관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당시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가 50%를 초과하면서 회사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과점주주여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점주주 판단 시점, 공장 경매대금 충당 가능성,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 시기 등 세 가지로 압축됐다.

 

◇ 쟁점 ① : 지분 1.99%는 나중 일…기준은 ‘수입신고일’

 

청구인은 회생계획 인가 뒤 회사 지분이 1.99%로 줄었고, 회생절차 과정에서 경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웠다며 자신을 과점주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0년도 관세에 대한 책임도 해당 사업연도의 말일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쟁점 세금은 법인세가 아니라 관세였다. 법인세는 원칙적으로 사업연도가 끝날 때 납세의무가 성립하지만, 관세는 물품을 수입신고할 때마다 납세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월별납부 승인 역시 여러 건의 관세 납부기한을 묶어주는 제도일 뿐, 각 수입신고 때 발생한 납세의무 시점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 쟁점 ② : 공장 감정가는 충분하다는데…‘선순위 근저당권’ 변수

 

청구인은 회사 공장의 감정가액이 근저당권자들의 채권과 체납 관세를 합한 금액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경매가 끝나면 회사 재산으로 체납액을 충분히 낼 수 있으므로 개인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관이 주목한 것은 배당 순위였다. 공장 토지와 건물에는 쟁점 관세가 발생한 2020년보다 약 3년 앞선 2017년 5월부터 제3자들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세관은 이 근저당권자들의 채권이 쟁점 관세보다 배당 순위에서 앞선다고 봤다.

 

매각대금에서 선순위 채권을 먼저 빼고 나면 체납 관세에 충당할 몫은 줄어든다. 부동산 감정가와 세관이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구인이 내세운 감정평가의 기준시점은 2025년 8월 11일이고 평가서는 같은 달 29일 작성됐다. 청구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한 5월 21일보다 약 3개월 뒤에 나온 자료였다.

 

◇ 쟁점 ③ : “경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vs “부족 예상되면 지정 가능”

 

청구인은 제2차 납세의무가 회사의 납세 책임을 보충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관이 공장 경매에서 체납 관세에 대한 배당을 요구한 만큼, 먼저 경매 결과를 확인한 뒤 실제 부족액이 발생할 경우에만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제2차 납세의무가 보충적 책임이라는 점과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세관은 회사 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을 마친 뒤 최종 부족액이 확정돼야만 제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맞섰다. 법인 재산에 체납처분을 하더라도 세금을 모두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 제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조세심판원 “수입 당시 지분 100%…제2차 납세의무 지정 정당”

 

조세심판원은 세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고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심판원은 쟁점 닭발 42건이 수입신고된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 청구인의 지분율이 100%였으므로, 관세 납세의무가 생긴 각 수입신고일을 기준으로 과점주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지분율이 1.99%로 낮아진 것은 모든 수입신고가 끝난 뒤의 사정이었다. 이러한 지분 변동만으로 수입 당시 청구인이 과점주주였다는 판단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심판원은 처분 당시 존재했던 2021년 5월 3일자 관리인 조사보고서상 부동산 가액과 선순위 근저당권 등을 종합하면 공장을 팔더라도 체납액 전부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제2차 납세의무는 주된 납세의무에 징수 부족액이 있고, 체납처분을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부족액이 생길 것으로 인정되면 성립할 수 있다. 체납처분을 모두 끝내 실제 부족액이 확인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판원은 청구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세액을 납부하도록 고지한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참고 심판례: 2025관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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