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의 자존심이던 도시바가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와 막대한 원자력 발전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해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돼 인수합병과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종합금융그룹 오릭스와 전력회사 주부전력, 반도체 제조기업 로움 등이 포함된 사모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가 도시바를 140억달러에 인수했고 도시바는 이날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도시바는 성명에서 "이제 새로운 주주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며 "이해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이해와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새로운 소유주 아래서 도시바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인수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도시바의 시마다 타로 최고경영자(CEO) 수익성이 높은 디지털 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쿼리 캐피털증권의 데미안 통 분석가는 "도시바의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잘못된 전략적 결정과 불운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매각을 통해 도시바의 자산과 인재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도시바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도시바는 약 10만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은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도시바에는 JIP 임원 4명이 이사회에 합류하고 투자자인 오릭스와 주부전기가 각각 1명씩 참여한다. 새로운 경영진에는 도시바의 주요 대출 기관인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의 선임 고문이 합류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이미 로움과 협력해 전력 칩을 공동으로 생산하기 위해 제조 시설에 27억 달러를 투자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울리케 샤에데 교수는 도시바가 저수익 사업에서 벗어나 일부 첨단 기술에 대한 강력한 상업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엔지니어들이 진정으로 획기적인 혁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들은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다"며 "도시바는 첨단 기술기업"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약 150년 전인 1875년 도쿄 긴자에서 과학기술자 다나카 히사시게가 '다나카 제작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그 후 여러 인수합병 과정을 거쳐 '도시바'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 회사는 1980~1990년대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으로 초일류 일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도시바는 경영난에 빠지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미국의 원자력 회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2015년에는 분식회계 사건이 터져 주가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