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갑 사정이 심각해진 서민들은 손해를 감수하고도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최소 몇만원에서 최대 몇백만원까지 육박하는 보험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보험 소비자가 늘면서 '해약환급금'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35조66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조151억원(16.4%) 증가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자가 만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돈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이 금액은 납입 보험료보다 적다.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대부분 원금도 못 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 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늘어났다. 지난 8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9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52억원에서 31.0%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고금리·고물가·경기침체 등 복합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약환급금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가입자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증가한 보험계약 해지 원인은 주로 목돈 필요 유형의 해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납입부담 보험계약 해지에는 연체 등 소비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