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참가국에서 발행한 '통과 선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APTA)에서 정한 직접운송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무법인 충정은 APTA 협정관세율 적용과 관련해 통과 선한증권을 필수가 아닌 '예시적 서류'로 인정하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을 끌어냈다고 24일 밝혔다. APTA는 대한민국·중국·라오스·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 사이에 무역 확대를 위해 2005년 체결된 무역협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7일 K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관세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협정관세 적용 인정 취지로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 정부는 기존에 중국에서 수출한 물품이 APTA 비참가국인 홍콩을 경유할 경우 직접운송 간주를 위해 중국 내 트럭운송 적하 목록인 '칭단' 등 보충서류를 제출받아 협정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2013년 관세청이 '통과 선하증권'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입장을 변경해 이를 제출하지 않은 수입업체에 추가로 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따라 2015년 삼성전자 등 21개 기업이 APTA 직접운송 간주와 관련해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든 기업이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K사 측은 "변경된 기재뷰 규칙이 APTA 원산지 규정에 위반되고 관세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항소한 기업들 중 유일하게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역시 "통과 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APTA의 직접운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단정해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수출참가국에서 발행한 통과 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APTA 원산지 규칙 제8조 제3항 제4호에 따라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해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충정 관계자는 이에 대해 "APTA 협정관세 적용 요건인 직접운송으로 간주받기 위해 통과 선하증권을 필수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충정의 조세·관세팀 석지윤 변호사는 "본 사건 분쟁 발생에 따라 수입업체들이 협정 비참가국 경유시 실무상 통과 선하증권을 제출하기 어려워 APTA 적용을 포기하고 협정관세율이 더 높은 경우에도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적용해 비가공증명서를 제출해 왔다"며 "APTA에 따른 협정관세율 적용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판결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통해 수입업계에서는 직접운송 간주가 필요한 경우 한중 FTA, APTA, 최혜국대우(MFN) 중 가장 유리한 협정 관세율을 선택해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