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봉되는 한국영화를 보면 가끔 내가 겪은 일들이 생각나게 한다. 얼마 전 수사관과 도사가 함께 유괴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개봉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스토리는 다르지만 주인공을 보노라면 내가 아는 한 수사관과 비슷하여 관심 있게 영화를 보았다.

19년 전의 일이다. 모 항구도시에서 근무 중이었던 한 수사관과 만난 일이 있었다. 그 수사관의 말에 따르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정황은 분명 ‘살인’인데 시신이 떠오르지 않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용의자는 체포하셨습니까?”라고 묻는 나의 말에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놀랍게도 스쿠버 다이버였습니다. 살해한 여성을 아무래도 바다 속에 교묘히 수장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용의자인 스쿠버 다이버는 그 지역 해안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이었다. 어느 지점의 수심이 깊으며 또 조류간만의 차는 어떤지에 대해서 정확히 계산을 해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수사관들 역시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해안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심증이 가는 근처 방조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험상으로는 시신이 나올 만한 장소였건만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10년 이상의 베테랑 형사들조차도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모든 정황상 그 스쿠버 다이버가 범인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들어맞는다면 정황만으로도 기소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시신만 발견된다면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 수사관의 말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정황만으로 기소되는 사건이 되었고, 범인은 법의 처벌을 받아 현재 형을 살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근무지를 옮긴 그 수사관과 나는 어느 사석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끝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법사님께서 쓰신 책을 읽으면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시신이 구명시식 후 나타나게 된 예가 많던데 혹 그때의 피해자도 구명시식으로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피해자의 시신을 찾아 오래된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간의 욕심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무심하게도 인간의 뜻과는 상관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인간의 뜻과 무관하다하여 현실의 법망을 피해갈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본인이 받아야 할 업(業)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보(報)를 받게 되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