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개관한 디캠프(D.CAMP)는 은행권 청년 창업 재단(DREAM BANK)의 기업가 정신 센터. 청년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투자, 네트워크, 허브(공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구체적으로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강연과 컨설팅, 소액 직접투자 및 전문 운용사의 간접투자가 이뤄지는 곳이며, 멤버십에 가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날 디캠프에서는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이상진 기업은행 부행장, 김희석 한화생명 본부장과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박사,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김수민 유니슨코리아 대표,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인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윤종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사,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최두환 성장사다리펀드 투자자문위원장이 세미나를 열고 벤처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며 향후 발전 계획을 모색했다.

한국의 벤처 시장은 2000년대 초 한차례 붐(Boom)을 일으킨 뒤 꾸준히 침체돼왔다. 새 정부가 '창조 경제'를 강조하면서 청년층의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기 침체로 벤처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영하 회장은 "디캠프와 같은 곳이 서울에 적어도 10개 정도는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그는 "디캠프가 만들어진지 4개월 만에 포화 상태가 됐다"며 "디캠프는 창업자와 투자자가 수시로 만나는 소통의 통로이면서 교류와 신뢰를 구축한다"고 덧붙였다.

고 회장은 한국의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첫 창업 후 성공까지 평균 3~4회의 실패가 있으며, 엔젤 투자자들이 창업자의 경험을 높게 평가해 재투자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창업자 10명 중 1명이 경우 성공한다. 

고 회장은 "미국에서는 창업자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국은 한번 실패하면 다시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우수한 인재들, 예컨대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는 창업을 했지만 우리의 인재들은 고시나 대기업으로 향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창조 경제는 요원하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문규학 대표는 장기 투자 문화가 조성되지 못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8년 이상의 긴 호흡을 가진 장기 펀드가 필요한데, 한국인들은 장기 투자를 버거워한다. 벤처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려면 제대로 된 세제 혜택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 대표는 "정부의 세원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벤처 투자가 성공해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경우 소득세가 발생한다. 만일 M&A가 없으면 이는 발행할 수 없는 세원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 벤처 투자 소득공제를 30%에서 5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소득공제를 한시적으로 100%까지 늘리기도 한다.

김희석 본부장도 "벤처 투자 후 4~5년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제대로 하려면 8~10년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 유동성 없이 기다리는 건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수민 대표는 정부에서 중견기업 지원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 4~5년 동안 중견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에 주력했지만,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중소기업이 아닌 탓에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해외 중견기업 대비 저(低)평가돼있다"고 말했다.